100일 도전 2(2023년)


11월 12일 / 모가지 떨어진 흰동백

또 다른 김래빈의 탄생화 역시 흰동백이다. 

세계는 돌아갔지만 그 분기점은 그들의 탄생보다 한참 뒤늦었다. 언젠가의 김래빈도 생일은 11월 11이었고 그때도 팬들은 제 아이돌의 시시콜콜한 정보까지도 알고싶어했다. 그들을 기대하던 사람들이 아직 더 많았던 어떤 시절의 그들 역시 탄생화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흐릿하게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시간 속의 김래빈은 흰동백을 제 눈으로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한번쯤은 제주도에서의 일정도 있었겠지만 그 때는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 동백을 보러 올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겠지.

날씨가 온난한 제주도라도 아직 11월 초였다. 아무리 무리지어 피어 있어도 꽃이 피기에도 아슬아슬하게 이른 시간이니 떨어진 꽃이 땅바닥을 온통 수놓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차유진은 그 사이에서도 용케 한 송이 떨어져 진 꽃을 찾아냈다. 스페인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불난 집을 딱 찾아냈던 그 눈이 오늘도 열심히 일한 덕이다.

"김래빈, 대가리 떨어진 꽃 나 찾았어!"

활짝 벌어지다못해 꽃잎 끄트머리가 힘을 잃고 사느락 늘어진 꽃 한송이를 차유진은 번쩍 치켜올렸다. 김래빈이 모가지야, 하고 차유진의 말을 정정해주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봤자 얼굴에는 신기하다는 표정이 가득해 별로 타박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진짜 통째로 떨어지네."

아직 어리고 패기넘치는 청년들은 떨어진 꽃송이를 보고도 비애보다는 신기함을 먼저 느꼈다. 어떻게 꽃잎이 붙어있는 건지 보려는듯 꽃송이를 뒤집어보다가 꽃잎이나 꽃술이 그 서슬에 떨어져버릴까 다시 냉큼 뒤집는다. 다행이 꽃은 손과 손 사이에서 이리저리 굴렀어도 온전했다. 너 역시 멀쩡해보였어도 저렇게 툭 부러져있었지. 그것마저도 김래빈을 닮았다고, 흐린 감상이 차유진의 머리를 스쳤다가 곧 잊힌다.

"이건 내 다른 친구 꺼."

두 손으로 정중하게 꽃을 내밀면 김래빈 역시 한손 위로도 충분히 올릴 수 있을 작은 크기의 꽃을 조심조심 양 손을 내밀어 받았다. 아직까지 어리둥절한 얼굴인 게 그 다른 친구가 누구인지는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바보 김래빈.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라, 내가 이 꽃을 그 사람에게 전달해주어야 하는 거야?"

"응. STier 김래빈한테 전해줘."

그게 나잖아? 김래빈이 어이없다는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못 들은 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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