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 이런 날도 언젠가 오겠지
차유진이 내민 잔을 김래빈은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한 손으로만 들어도 충분했지만 침대 위라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물을 쭉 들이키면 갈라지던 목에 그제야 수분이 돌았다. 미지근한 물이 식도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감각을 느끼며 잠시 멍하니 있으면 다시 온 차유진이 그에게서 컵을 받아갔다.
"한 잔 더 해?"
"아니, 됐어."
짧게 목을 울린 김래빈은 자세를 바꾸어 앉았다. 보송하고 사락거리는 시트가 다리에 감겼다. 그의 시선이 시트에 닿으면 차유진은 마치 그가 뭘 질문할지를 알고 있다는것마냥 그의 말을 채갔다. 지금 건조기 돌려! 그럼 김래빈은 제가 완전히 읽히는지도 모르고 차유진을 신기한듯 바라보다가 자세를 바꾸어 무릎을 모았다. 이불이 그의 상체위로 미끄러져내렸다. 김래빈이 길게 하품을 했다.
"나 많이 잤어?"
"안 많아! 두 시간?"
차유진이 침대 위로 무릎을 얹는 사이 잠시 기울어졌던 매트리스는 그가 완전히 위로 올라오자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그 사이 김래빈은 무릎으로 기어 침대 옆 협탁 서랍을 열었다. 그들이 애용하는 연고를 꺼내든 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 사이 차유진은 대충 걸쳤던 티셔츠를 다시 벗어들었다. 등 대. 김래빈은 짧게 말하고는 익숙하게 손가락에 연고를 쭉 짜냈다.
"손톱을 얼마 전 다듬어서 다행이야. 자국이 깊게 남지 않았어."
불씨처럼 짧고 붉게 남은 자국들에 연고를 반들반들하게 얹으며 김래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유진은 어쩐지 좀 재밌어하는 얼굴로 Oh 하고 입을 오므리고는 그에게 제 손등을 내밀었다. 그가 의아하게 시선을 내리면 그 손등에 온통 남은 반달모양의 붉은 자국들이 눈에 띄었다. 손깍지를 끼고 있는 사이 제가 손에 힘을 퍽 많이 주었던 모양이었다. 급격하게 말이 적어진 김래빈은 차유진의 손등 위에 연고를 올렸고, 차유진은 그 위에 듬뿍듬뿍 올려진 연고를 덜어다 그의 목 언저리에 문질렀다.
"김래빈 다른 덴?"
그는 제 옆으로 좀 더 파고드는 차유진의 어깨 위로 이불을 둘러주며 대충 고개를 흔들었다.
"별로 안 아파."
밥 먹어. 아니. 모니터링부터. 고요하고 하잘것없는 한 차례의 공방이 오고가고 나면 김래빈은 차유진이 손 쭉 뻗어 끌어온 휴대폰을 들어 전원을 켜며 차유진의 어깨 위로 턱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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