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추억

6월 초는 분명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하기에는 조금 이를 텐데. 
어정쩡한 시간을 일부러 노리고 온 보람없이 공항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의 시선이 그들을 스칠 때마다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웠던 김래빈은 모자를 한 번 더 깊숙이 눌러써 시야를 좁혔다. 막상 차유진은 태평한 모습이었다. 자신은 이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지키려는 것처럼

‘해체 기사가 조금만 더 늦게 공개되었어도 좋았을 텐데.’

그는 괜히 벌써부터 재계약 무산 기사를 띄운 언론을 탓했다가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만약 기사가 그들의 편의대로 미뤄졌다면 그들의 재계약 여부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릴 팬들을 본의 아니게 기만하는 일이 되었으리라. 하기야 어느 쪽이든 무엇이 달라질까. 차유진은 언론이 그들의 편이 아닐 거라고 일찍이 장담한 바 있었다. 기사가 뜨기 전에 출국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구설수가 될 거라고.

‘김래빈 겁나면 나 혼자 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굳이 배웅하기를 선택한 건 자신이니까. 그는 주먹을 한번 꾹 쥐었다가 출국장 앞에 선 차유진을 바라보았다. 소란스러운 사람들 속 닿을 듯 아닐 듯 어색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둘 사이에는 꼭 그만큼의 어정쩡한 거리가 남았다.

‘가서는 뭐 할 거야?’

‘몰라. 일단 가서 생각할래.’

거취를 묻는 말에 돌아왔던 문장은 차유진이 그리는 캘리포니아에서의 미래를 읽어내기에는 너무 짧았다. 돌아오거나 돌아오지 않거나, 연락하거나 연락하지 않거나. 그 두루뭉술한 가능성 가운데 단 한 가지만이 확실했다. 이제 그들이 함께 활동할 일은 없으리란 것. 잘 지내와 잘 가 사이에서 조금 고민하다가 김래빈은 담백하게 인사했다.

“잘 가. 차유진.”

내심 아주 조금은, 그가 잘 지내지 못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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