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 데카브리 자막 기념 감상(1)

오늘 데카브리 자막을 했다. (이 글의 시작은 11월 29일이었음 쓰다가 30일로 넘어가서 그렇지…)

이제는 나도 낡아서 예전만큼 매 회차마다 감상을 길게 달기가 어려워서, 자막을 한 김에 한꺼번에 좀 길게 주저리를 써보려고 함. 원래는 트위터에 남기곤 했는데… 타래가 많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리고 여기에도 뭔가 글을 쓰긴 해야 할 것 같아서(일기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 힘들다…) 한번 남겨봄….

지금 내 옆에는 부모님이 조지아에서 사온 스위스 산 초콜렛과 (정말 상관관계 모르겠음) 미국에서 만들어진 러시아 인물 이름의 흑맥주와(정말 상관관계 모르겠음 2222 하지만 맛있으니 됐다) 오뜨와 넘버리스트가 있는데… 음주를 하면서 슬슬 써볼 예정…

알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내가 정말 이 극을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음…. 시작은 뭐였냐면요 교원공제회에 예금 확인하러 들어갔던 김녹존이 그러고보니 교원공제회 회원 복지혜택 중에 공연할인이 있었던 것도 같고 하면서 공연 할인 복지 창에 들어갔던 것부터 시작한다…. 교원공제회 회원은 인터파크에 올라오는 공연 중 일부를 어느 정도 할인해주는데, 그 리스트를 쭉 보다가 갑자기 데스노트가 보고싶어지는 것임… 왜냐면 나는 이제까지 데스노트 넘버 좋다고는 생각해왔지만 정작 공연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근데 데스노트 비싸잖아요… 교원공제회 회원도 10%밖에 할인을 안 해주더라 그런데 그것조차 감지덕지였다 왜냐하면 그거 아니면 진짜 할인받을 건덕지가 1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 기회에 찍먹을 해볼까 하고 데스노트를 일단 예매를 함… 그것도 재밌게 잘 봤음. 근데 문제는 예매를 11월 공연으로 하고… 10월 연휴도 긴데 하나 더 볼까 요새 다른 극은 뭘 하나 하고 창을 내렸다가 데카브리를 보게 된 것이다….

진심 맹세코 1도 모르는 극이었음. 그냥 극 이름이 특이하네 하고 상세페이지를 열어봤는데 극 소개가… 나쁘지 않은 거야… 오 러시아 역사적 사건 배경….. 그리고 아는 배우들 이름이 좀 있었어… 손유동은 랭보 보면서 알게 되었고… 변희상은 팡염 때 구독하던 어떤 사람이 같이 좋아해서 알고 있었고… 정휘도 한번쯤 들어본 것 같고….. 암튼 내가 직접 본 건 손유동이니까… 랭보때도 딱히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 (물론 취향의 랭보는 다른 사람이었음 하지만 어쩌다보니 랭보도 자막을 이 분과 함께 했네요) 손유동이랑 변희상 둘이 페어를 하는 회차가 가까운 연휴기간… 10월 3일에 있는거야…. 그래서 한번 찍먹해볼까? 하고 예매를 했어… 20%를 할인해줬지… 20% 할인 그게 찍먹으로는 나쁘지 않거든요? 그게 시작이었읍니다….

나 진자 아무 생각 없이 예매해서 아무것도 안 알아보고 갔어. 사실 알아볼 것도 없었어 왜냐하면 저 10월 3일 공연을 9월 30일에 예매했거든요….. 그리고 진심 아무것도 안알아봤던 이 사람은 자첫하러 갔다가 트리플적립이라길래 도장도 주섬주섬 세 개나 찍고 들어갔는데……. 극을 보면서 넘버에 개당황하게 됨….. 아니 이게 아주 나쁜 건 아냐… 근데 뭔가 아 좋다…. 싶어질만 하면 전개가 이상하게 빠짐….. 노래가 안들어가고 장면에 배경음으로 들어가는 멜로디는 또 좋아… 근데 노래만 부르면 뭔가 좀 이상해…. 아니 이게… 진짜 첫장면부터 끝나는 장면까지 이게… 맞아….? 이게…. 맞아….? 아니 이야기는 좋은데…. 이게 맞아…? 하다가 나옴…. 그나마 괜찮았던 넘버가 얼어붙은 도시랑 외투랑 이 땅위에 일케 딱 세개였어…. 무대 예쁘고 의상 예쁘고 배우들 나쁘지 않게 하고 이야기 전개는 진짜 딱 내취향인데… 넘버가 진짜 이상한 거야 그래서 그날 돌아와서 트위터에도 하소연하고 룸메도 붙잡고 다른 거 다 좋은데 넘버만 맘에 안 든다고…. 근데 나는 이제까지 뮤지컬 넘버만 들으러 갔단 말이에요… 안그럼 광염이랑 랭보를 왜 보겠어….. 아니 그래서 앗쉬 진짜 취향인데 근데 넘버가 진짜 안 맞는다 이러면서 막 머리를 싸맸는데….. 그러다가 이게 혹시 배우 실수인가? 아니 근데 이게 못하는 배우들은 아니었는데 하면서 공식 계정이 올려준 선공개 영상들을 보러 갔단 말이에요 근데….. 그게 맞아 그냥…. 넘버가… 이상한 거였어… 그래서 그날은 이게 뭐? 지? 하고 끝났단 말이에요 근데…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어 그냥 이상한 극이다 하고 털어버리는 게 아니라 넘버만 내 취향이면 정말 좋을텐데 하고 머리를 붙잡았을 때부터 나는 이 극에 감길 예정이었다는 걸….

그러니까… 그런 거죠 하루 지나도 이야기가 안 잊혀지는거야… 그래서 또 예매를 했어.. 하루만에…. 마침 명절기간이라고 할인을 했지… 그래서…. 또 보러 갔어… 하 그게 문제였다… 이게 할인이 있으면 보게 돼… 제작사들 보고 있냐고요 사람이 할인을 하면 혹해서 안볼 극도 보게 된다고요 할인을 많이 하라고 티켓 값 너무 비싸다고…… 아무튼 그때가 10월 12일 손유동/신주협/변희상 회차였어요 이게 내가 하 이 넘버를 참으면서 이 극을 봐야 하나…? 하고 보러 갔지 이야기가 내 취향이었으니까… 연출도 내 취향이었으니까…. 암튼 보러 갔는데.. 저번보다 넘버가 들을 만? 한 ? 거야… 여전히 이상하기는 햇는데요 막 엄청 신경쓰이고 거슬리고 그런 정도는 아닌….? 그래서 오옹 신기하다 하고 돌아왓어… 돌아와서…… 저번 트적으로 할인권이 생겨서 두번을 더 예매를 햇어(?????) 그리고 혜공에서 공부방송한다길래 봤어….. 공부방송하면서 50% 할인이랑 40% 할인을 안내해주길래 하나는 세탁하고 두개를 더 잡았어(????????) 아니 그러니까 이게 할인이 진짜 무서운…..

그때부터엿을까요 김녹존이 데카브리를 본격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한 게……

근데 아 자셋부터 이게 넘버가 나쁘지 않을….지도? 하고 …막 자기가 사실은 괜찮은 넘버라고 막 나를 설득하고 있는 거야… 진짜 이상한 일이죠 이게 막 괜찮게 들려(?) 자셋에 미하일을 다른 배우로 봤거든…. 그래서 혹시 이 배우가 불러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자넷부터는 다시 손유동으로 돌아갔는데 그때도 그럭저럭 괜찮게 들렸던 거 보면 내 귀가 적응을 한 듯 …..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그 뒤로 원래 괴랄하다고 생각했던 다른 뮤지컬들 넘버가 그럭저럭 괜찮게 들리기 시작했어요 귀의 하향평준화(???)

그러면서 11월에는 거의 폭주를 했는데…. 그때부터는 이제 미하일이라는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하게되어버려서.. 정확히는 손유동 배우가 연기하는 미하일한테 감정이입을 해버리게 됨…. 그래서 원래 뮤지컬 되게 분석적으로 보는 편인데요 후반으로 갈수록 그냥….. 이야기 자체에 몰입해버려 이거 흔치 않은 경험이었어요 왜냐하면 이전에 보던 뮤지컬들은 사실 글케 등장인물에 썩 이입하지는 못했고 그때그때 배우들의 연기가 어떤 부분이 좋고 뭐가 달라졌는지를 분석하면서 봤거든요 …. 아니 근데 어쩔 수 없었어.. 팡염은.. 굳이 따지자면 S가 제일 정상인이긴 한데 걔도 솔직히 정상은 아니고(???) …… 랭보는…. 나는 항상 보면서 랭보 말고 다른 캐들한테 감정이입을 했지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들라에 진짜…. 아니……. 하…. 들라에 빼고 멘션해주세요 이미 그렇게 하긴 햇지만…. 아무튼 그래서 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극을 본 게 진짜 처음이에요…. 미하일도 솔직히 좋은..애는 아니야…… 비겁하고 죄도 많이 저지르고 그랬는데…. 근데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이게…. 이게… 딱 내가 좋아하는 그런… 그런 캐릭터인거야… 거대한 체제가 너무 무서워서 비겁한 길을 선택했는데 자신의 신념을 아주 버리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사실은 인간을 너무 조아하는 캐릭터…. 근데 이제 후반부가 되면 각성해서 자기의 혁명길을 저벅저벅 걷는… 이런 캐릭터 김녹님 너무 좋아해요 몰랐으면 지금부터 알도록 해. 참고로 10년지기 앤오인 룸메께서는 내가 이거 넘버 너무 이상해 하고 들려줬던 데카브리 선공개 넘버만 듣고도 이거 니 취향인 거 알만하다고 했음 하 그래요 제 취향 투명하고 소나무에요…..

근데 다른 캐들도 너무 좋았어… 정확히는 그 캐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잘했어…… 아카키는 전 캐를 다 봤고 미하일 둘, 알렉세이 둘을 봤는데….. 내 취향이 아닌 노선은 있었지만 막 엄청 억지스럽다 그런 노선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손유동 미하일로 고정하고 볼 때에는 김찬종, 신주협 아카키 다 괜찮았고 알렉세이도 변희상, 이동수 둘 다 다른 맛으로 좋았음.

이렇게까지 썼는데 아직 넘버 이야기도 시작을 못 했다니… 하지만 무대… 무대 이야기부터 해볼까.. 어쩌다가 알게 되었더라? 데카브리 무대 디자인 한 사람이 광염소나타 무대 디자인 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됨…. 다른 건 솔직히 잘 모르겠고 그거 듣고 납득한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광염소나타도 무대가 있고, 중간에 가벽이 있고, 그 뒤에 또 공간이 있는데 뒤쪽 공간에 조명이 들어오면 가벽을 통해서 약간 불투명하게? 반투명하게? 뒤가 보이거든요 광염소나타도 처음 사고 일으켰을 때랑 k가 지휘하는 그걸로 그 뒷 공간을 잘 활용하는 편인데, 데카브리도 그 가벽 뒤 공간을 쓰더라고요 중간에 과거회상에서 림스키랑 세르게이가 미하일 비난할 때랑 이 글의 시작부터 염치 중간에 미하일이 고골리서점에서 다시 3부로 돌아가는 그 과정을 보여줌…. 손유동 미하일은 말뚝 다음에 펜을 들었어 하기 직전에도 그 가벽 뒤 공간을 이용해서 약간 초조한 심정을? 표현하는데요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어….. 왜냐면 맨날 중블에만 앉다보니까… 그리고 원래 극을 좀 넓게 보는 걸 좋아해서…… 그래서 정산표 해보니까 앉은 자리가 맨날 중블 막 7열, 8열 이렇더라…. 문 중 하나를 중간에 거울로 쓰는 것도 좋았어요. 의상도…. 코트……. 제가 자주 보는 조합이 아카키 빼고는 다 그래도 키가 좀 길쭉한 조합이라 (손유동, 변희상, 이동수가 전부 키가 180대더라… 덕분에 서로 총 겨누거나 나란히 서 있을 때 아주 눈이 편안했음) 이게 거의 정강이나 발목까지 오는 롱코트가 펄럭거리면 되게…. .보기가 좋은거야 하 길쭉하고 어깨 넓은 것들이 머리 싹 반까서 넘기고 그 소매 약간 넉넉한 셔츠 입고 19세기버전 넥타이와 크라바트 중간쯤에 있는 그거 매고 조끼 입고 코트 입고 뮤지컬 특유의 그 큰 움직임 하면서 코트 자락이 펄럭거리면 이게 되게……. 마음이 좋더라고요…. 총도 예쁘게 생겼고….. 이게 사람이 시각적인 거에 혹하면 안 되는데…… 그리고 그… 공연 시작 전에 안내방송을 미하일 배우가 넣어주는데 그 나레이션부터 목소리가 내 취향임 ……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여기까지 써놓고 이제 본격적) 넘버랑 연기 노선 이야기를 해보겠음.. (이하 스포 엄청 많음 아주 그냥 스포 밭임)


맨처음에 데카브리스트의 난 당일로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때 알렉세이 배우가 나와서 1825년 12월 14일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데카브리스트의 난이 뭔지 한줄요약해주고 차르에게 영광을 하면서 총을 탕 쏴요. 변희상 알렉세이는 그게 크게 티가 안 나는데, 이동수 알렉세이 같은 경우에는 그 이후에 나왔을 때와는 달리 목소리도 떨리고 총도 되게 불안하게 쏘는 느낌이라 약간 살상 처음 해보는 어린 장교 느낌…. 이라서 10년 전에는 얘도 이랬겠구나 하는 부분이 생김. 그러고보니 알렉세이 배우가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네 … 처음에 1825년 12월 14일 이야기해주고, 장면전환된 뒤에 심문 일시 읊으면서 1835년 12월 1일로 10년이 건너뛰었다는 거 알려주고, 마지막 엔딩에서 1861년 3월 3일 농노해방령이 되었다고 나레이션 넣으면서 끝나니까… 어우 그 일 있고 나서도 26년이나 더 사네…

암튼 이때의 미하일은…. 음…. 이때까진 아직 작가인 미하일이죠 약간 계몽소설과 순수문학 사이의 그 어드메인 말뚝이라는 글을 연재하는….. 이게 그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대사만 들으면 계몽소설 느낌이 나기도 하면서… 정작 미하일의 연기 방향은 되게 그냥 아 저사람 그냥 평소에도 농노들한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었구나 싶기 때문에… 솔직히 손유동의 미하일은 좀 귀족 사이에서는 아웃사이더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음… 나폴레옹 전쟁에 참전은 했는데 그닥 죽음에 무뎌지거나 냉정해지지도 못한 느낌이고.. 그렇다고 자기가 어울리던 사람들처럼 완전 혁명에 투신하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동료들한테서는 글 뒤에 숨은 비겁자 소리나 듣고… 근데 자신의 노선을 가지고 상대를 설득하지도 못하고, 상대의 말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못하고 약간 좀 글을 쓰면서도 나는 사실은 겁쟁이라서 이런 방식을 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주 버리지 못한 것처럼 구니까… 12월 호를 쓸 때부터 벽 너머에서 아련히 들리는 총성 소리에 불안해하는… 그런…. 진짜 마음 약하고 겁 많은 사람… 그러니까 동료들이 데카브리스트의 난 때 대거 죽는 걸 보면서 자신은 혼자 안전한 곳에서 글이나 썼다는 죄책감이랑 부채감같은 게 빡 와버린….. 그러니까 빅토르가 와서 너는 비겁하다고 한번 더 못박아줄 때도 더 가스라이팅 잘 당하고…. 반박도 못 하고.. 글에 눈을 못 떼면서도 자기 썼던 글도 태우고… 그리고 외투를 입으면서 그냥 원래의 자기 삶을 외면해버리는…. 그리고 내가 보기에…. 손유동 미하일의 그 뼛속 깊이 박힌 자기혐오의 그 느낌은….. 이미 데카브리스트의 난 이전부터 좀 있었어… 약간… 그리고 이때 프롤로그 펜을 들었어 부르는데…. 이건 진짜 음 이상함 아니 그래 첫 넘버가 이모양이니까 이게 첫인상이 아오…..

그리고 이제 10년동안 미하일은 훌륭한….. 차르의 개….. 검열수사관….. 이제 자기가 직접 누명씌워서 빅토르를 보내버리는 나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 그러고보니…. 첫 공연때는 몰랐고 두번째 공연부터 이제 눈치챘어요 빅토르랑 아카키랑 같은 배우라는 걸… 아카키 누가 하든 빅토르를 연기할 때에는 아예 목소리톤을 바꾸기도 하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거나 눈이 가려져서 얼굴을 항상 반쯤 가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진짜 몰랐고… 아무리 봐도 그 장면에서 다른 할 사람이 없어서 아카키배우겠구나 하고 알게 되었지… 미하일을 반협박으로 3부로 끌어들이고, 맨 마지막에 네가 쓰던 글(이거 맞나?) 글을 쓰던 과거, 그런 게 있기는 했나? 일케 질문을 던지는데…. 이게 중간에 누구였지 한번 애드립으로 그런 건 없다. 그러니까 못박듯 단정으로 끝내서 난 그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 뒤에는 사라진 거 보면… 역시 질문 형식이 좀 더 비꼬고 비웃는 느낌이긴 하지요…? 이런 그리고 10년이 흘러서 이번에는 반대로 미하일이 빅토르를 심문하게 되는데…. 이때 얼어붙은 도시 부르는데 이 넘버가 그나마 음도 멀쩡하고 화음도 괜찮습니다. 근데 처음에는 다른 미하일처럼 손미하일씨도 (이제 풀네임 부르는 것도 귀찮음) 결백 아니면 불온 할 때 뒤돌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객석 보면서 부르고 그 구절 끝난 다음에 뒤돌더라고요… 이게 나는 걍 미장센+빅토르를 안 보고싶음(본인이 음모 꾸려서 보내버렸으니까) 때문에 그렇게 한 거라고 받아들였는데…. 실제로는 알 수 없지…..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넘버가 외투구나… 외투도 좋아요 갑자기 중간에 둥당당 하면서 약간 왈츠박자? 로? 춤곡? 박자? 로? 나오는데 실제로 알렉세이가 외투를 들고 약간 스텝을 밟으심.. 그 전에 술집씬 있고, 미하일과 알렉세이가 대화를 나누는데, 여기서 사실은 미하일과 알렉세이가 10년을 함께 보냈다는 그 감각을 관객한테 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변희상 알렉세이같은 경우엔 기본적으로 넉살이 좋은 알렉세이 노선을 잡아와서, 진짜 10년 친구였던 것처럼 미하일을 대하고 서로 웃고 그런 장면들이 좀 있고… 이동수 알렉세이 같은 경우에는 10년 전에는 너나 나나 애송이었지 하는 대사를 직접적으로 넣어서 아 얘들 10년동안 알고 지냈구나 하는 걸 알려주는 편. 이동수 알렉세이는 전반적으로 좀 미친놈 노선을 잡아와서, 약간의 장난은 치지만 손미하일도 별로 이렇게 편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없고 진짜 오래된 직장 동료같은 느낌이라… 그 뒤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넘버 때도 그렇고 손미하일이 변희상 알렉세이한테 기본적으로 좀 더 잘 웃어주는 편임… 이동수 알렉세이도 미하일을 좀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느낌이 더 강해서….. 그 얼붙도 전에 심문할 때, 미하일이 자기가 깔아둔 음모… 죽은 농노들 이야기를 꺼내면 이동수 알렉세이는 자기가 들고 있는 심문 보고서를 팔락거리면서 넘기는데, 이게 약간… 보고서에 없는 내용이라는 느낌으로…? 그래서 그 장면이 나한테는 어떻게 보이냐면, 알렉세이가 미하일이 그가 모르는 그 농노 관련 일을 유능하게 정보를 얻어서 더 알고 있다는 점에 약간 당황+자존심 스크래치 그런 느낌으로 보이거든요…. 그러고보니 그 술집씬에서 변희상 알렉세이는 내가 이래서 사람을 못 믿어 한다음에 미하일한테 너는 빼고? 같은 어조로 한마디 덧붙이는데, 이동수 알렉세이는 그런 거 없음 진짜 미하일도 안 믿었을 것 같음 전반적으로 아주 냉랭한 알렉세이임… 얘는 미하일이 조금만 덜 유능했어도 진짜 찍어누르고 자기가 위로 올라갔을 것 같음 그래서 싫으냐고요 아니요…… 물론 저는 그 시놉? 캐릭터 소개?에 있는 동경이라는 감정은 변희상 쪽이 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동수 쪽은 일관적으로 그렇게 밀고나가다보니까 이게 캐해석이 새롭게 되는 부분이 생기면서 그쪽 대로 맛도리였다…. 그런 느낌… 그래서 외투 선물할 때도 이동수는 맨날 주는 거 오늘도 주면서 마치 오다 주웠다는 것처럼 이제는 뇌물.. 이렇게 말하지만 변희상은 진짜… 이것좀 만져봐부터 시작해서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자랑하는 느낌임 내가 조아하는 친구한테 비싸고 좋은 거 선물했다.. 뿌듯… 이런 느낌이라고…… 정작 미하일은 부담스러워하는데…… 손유동 미하일이 정휘 미하일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알렉세이 신경 안 쓰고? 혼자 술을 좀 많이 마시는 미하일인데요… (정휘 미하일은 내가 본 회차에선 다 알렉세이랑 맞춰서 마심) 처음에 마시고, 그 다음에 데카브리스트의 난이라고 했다가 상대한테 차르폐하 즉위 10주년이라고 반박당한 다음에 혹시 내가 불온한 자처럼 보일까봐 초조해하는 것처럼 알렉세이 안보는 사이 훌쩍 마시고.. 그 다음에 알렉세이 떠난 다음에는 아예 병나발을 부는데 이게 저는 아까의 말실수+알렉세이랑 아무리 친해도 알렉세이가 있을 때는 어쨌든 가면을 써야 하는 답답함+저번의 외투도 멀쩡한데 아주 당연하게 비싼 새 외투 선물하는 약간 귀족계급의 삶에 적응해가는 자신에 대한 괴리감?이라고 해석을 한단 말이야 아니 여기서도 그냥 외투를 못 받고 저번 것도 멀쩡한데…라고 말하는 것 부터가 아니 이 사람 귀족 출신인데 아무리 봐도 아웃사이더 내지는 좀 귀족답지 못한 귀족 이런 느낌이 들지 않나?

그리고 그 다음이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바시마치킨…. 그래서 럭드때 치킨 쿠폰도 있었지… 참고로 미하일은 극중에서 풀네임이 나오고(처음에 빅토르가 불러줌. 미하일 바실리예비치 막시모프), 아카키도 미들네임까지는 나오고 혜공에서 풀네임 공개되었는데… 알렉세이는 극 중에서는 항상 이름만 나오고.. 그 재관도장에서 성씨는 나오는데(알렉세이 슬론스키) 미들네임은 뭔질 몰겠음 혜공에 나오나? 안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빅토르 퇴장하고 난 다음에 의복 갈아입은 아카키 역 배우가 처음으로 등장을 해요 하는데 전 맨날 뒤에 앉아가지고 아카키 의상이 글케 낡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 올라온 거 보면 진짜 올 풀리고 닳고 난리났더라….. 넘버 이름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인데 주로 부르는 건 알렉세이 배우로, 아카키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는 넘버 겸 아카키의 낡은 외투를 놀리는 그런 장면인데…. 처음에 아카키보고 오랜만이라고 했다가 아카키가 어제도 만났는데요? 하면 아니 너 말고 하면서 넘버 들어가서… 오랜만에 만난 게 아카키가 아니라 아카키 외투였음 가사부터가 낡고 헤진 누더기임… 아무튼 손으로 부르고 돌아보라고도 하고 되게 멍멍이 대하듯이? 대하다가 계속 자잘한 거 시키고 괜히 똥개훈련시키고 그런 행위들이 넘버 내내 나오는데…. 신주협 아카키는 처음에는 거의 뭐라고 해야하지 맨날 당해본 직장인의 죽은 눈으로 너는 놀려라 나는 불온한 눈빛 할란다로 받아치다가 중반 이후에 좀 표정이 더 생겨난 느낌? 이고 김찬종 아카키는 확실히 좀 쩔쩔매기도 하고 표정이 좀 있었음 난 사실 신주협아카키 초반 노선도 좋아했는데 왜냐하면 이 아카키 중후반에서도 어디서 혁명 한 번 해보다 상경한 것 같은 투쟁 아카키라서 약간 그 찌든 느낌이 잘어울렸던듯 근데 어느순간 바뀌어서 약간 시무룩햇어용… 암튼… 심지어 아카키가 외투 안감 수선한 거 자기가 버린 담요라고 대놓고 암시 주고… 근데 그 넘버 바로 직전이 (변희상 알렉세이 기준) 미하일한테 내가 선물한 외투 입고 왔네 누가 골랐는지 딱 맞아 하고 너무 신나하는 그거라서 보는 김녹존 계급통 옴 근데 아카키들도 약간 멕인다고 해야 하나 그 알렉세이가 서류 달라고 손 내밀고 거만하게 앉아있는데 서류는 책상위에 내려놓고 신주협 아카키는 악수하고 가고 김찬종 아카키는 손에 호 해주고 감…. 그러고보니 변희상 알렉세이가 아카키 놀리는 수위? 도 극 중반부터 조금씩 더 세지는? 것? 같았는데 원래는 분명히 그런 장면 없었는데 나중엔 서류 일부로 던져서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래서 물론 배우간 합의한 장면이긴 한데 왜 굳이 저렇게 표현을? 하긴 했음… 원래는 이동수 알렉세이에 비하면 아카키한테도 좀 유한? 느낌인? 알렉세이였거든요. 나는 근데 그거 나쁘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냥 그렇게 좀 장난기 심한 상사처럼 굴다가 김찬종 아카키가 경례 제대로 안 하면 갑자기 표정 딱 굳히고 목소리 깔고 경례 자세 정확히 할 때까지 시범 보이고 보내는 게 되게…. 알렉세이의 어떤 신념? 방향성? 그런 걸 잘 보여주고 헐렁해보이다가도 한순간에 엄청 위압감이 확 드는 부분이라서 좋아했는데 하기야 생각해보니까 그거 김찬종 아카키 디테일이라서 다른 아카키한테는 좀 심심했을수도 있겠다… 암튼 알렉세이가 아카키 신나게 놀리는 동안 미하일은 뒤에서 서류 펄럭거리고 있는데 여기서 손유동 배우는 아카키한테 시선을 좀 자주 둠…. 저런 취급을 받는 게 신경쓰이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 미하일은 글 다 태우고 과거 다 버리고 3부까지 들어갔으면서도 아직도 그런 것들이 신경쓰이는 자신을 못 버린 거임.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갈팡질팡함….그래서 얼붙도때도 이쪽 아니면 저쪽 할 때 유독 착잡해하는 것처럼 느껴짐…. 하 나 이 배우님의 미하일의 이런 부분이 좋다고요 이… 유약하고 자기혐오에 찰 수밖에 없는….. 암튼 그래서 미하일들이 공통적으로 이 넘버 끝나고 애 좀 그만 놀려라 / 장난 그만 쳐 등등 만류를 하는데 이게 그때그때 알렉세이가 누군지, 장난의 정도가 어떤지에 따라서 웃으면서 반농담식으로 그만 놀려라 할 때가 있고 진짜 좀 불편한 것처럼 그만 좀 놀려 할 때도 있어서 그날의 미하일 예민도가 가늠이 됨.. 근데 그 말에 알렉세이가 답하는 게 약간 그… 우리같은 사람이 장난쳐 주면 감사한 거야? 같은? 대사인데… 저번에 트위터에도 썼지만 변희상 알렉세이는 약간 시혜적인? 거만한? 귀족이 어울려주면 농노 입장에선 고마운 거지 같은 느낌으로 발화를 한다면 이동수 알렉세이는 확실히 찍어누름… 귀족이 장난을 치든 고문을 하든 뭘 하든 농노는 그저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그러니까 대사는 거의 같으면서 뉘앙스랑 표현으로 노선 차이를 확고하게 주니까 그 부분이 재밌음…. 그리고 공통적인 대사 외에 디테일을 추가해서 노선을 만드는 부분이… 여기서 변희상 알렉세이가 간다 넌 항상 내근 난 항상 외근 이걸 꼭 넣는데… 난 나쁘지 않았음 실제로 극 내에서 알렉세이가…. 3부에 잘 안 붙어있기도 하고(..)…. 새벽의 흔적 때에도 알렉세이는 현장조사하고 미하일은 실내에서 보고서로 그 일을 접하는 장면이 나와서….. 개연성을 벗어나지 않는 디테일 좋아… 그리고 알렉세이 가고 미하일이 아카키 책상에서 보고서를 찾는데 정휘 미하일같은 경우는 진짜 뒤지다가 말뚝을 찾고, 손유동 미하일은… 아카키 책상을 좀 정리를 해줌.. 보고서도 크기별로 맞춰주고.. 그러다가 말뚝을 찾는데… 이거 은근히 웃포임 왜냐면 이 미하일은 아카키 넘버 시작 전에도 책상에서 서류들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 들고 가기 때문입니다 정리벽 있냐고……

그다음에 균열… 얘도 음 진짜 이상해요 진짜 ……박자도 진짜…. 짧은 곡이라 그런지 이번에 오슷 리스트에도 빠져있던데… 아카키 자리에서 말뚝 발견하고 짧게 부르고 말뚝 가지고 고골리서점으로 가는…. 여기는 별로 설명할 게 없네….

그다음에 고골리서점으로 가서 아카키를 보는데….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농노출신 3년차 정서원… 근데 정서원을 하려면 글자를 알아야 할 테니까 아카키는 이미 글자를 알고 있다는 건데…. 배경을 보면 엄마는 농노출신으로 도망가다가 발각되어서 죽고? 총살이었나? 갑자기 헷갈리네… 아빠는 나폴레옹 전쟁에 농노병으로 참여했다가 그 뒤에 실종되고… 이런 배경이라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풍족하게 살았을 것 같진 않은데.. 그러니까 최소 10년은 혼자 살아왔다는 뜻인데… (고골리 외투에서는 나이가 많지만) 이 극에서는 알렉세이가 장난칠 때도 미하일이 애한테 장난치지 말라고 하는 거 보면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러면 …. 꽤 힘든? 삶을? 살았겠지? 그나저나 나폴레옹 전쟁 때 아카키 아버지가 참전했다는 건 미하일이랑 같은 전쟁을 겪었다는 거네요… 음… 그렇게 신상을 읊어주고 말뚝 던지고…. 그 신상 쭉 읊는게 말뚝 발견하고 나서 아카키 뒤를 캔 건지 아니면 3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원래 다 그렇게 신상조사를 다 하고 문제 없는 사람만 들이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대배경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아카키는 글자를 어떻게 배운 건지… 그 부분도 조금 의문인데 데카브리스트의 난 이후 유형… 그러니까 시베리아 유배형을 받은 사람들이 농노학교를 세웠다는 이야기 자체는 극중에서도 나오긴 하니까 그런데 아카키는 시베리아 출신은 아닌 것 같고 그런 식으로 농노들을 계몽하려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있기는 했다는 뜻이겠지요…? 근데 진짜 어케 딱 그 아카키 발치로 가게 던지지 그것 참 …. 팡염 때도 그 5악장에서 악보를 던지는데 많은 배우들이 진짜 촥 하고 예쁘게 뿌려지게 던지거든요? 종이가 하늘하늘 떨어지게… 그건 연습하는 걸까…..? 그리고 총 겨눈 다음에 미하일이 사상글인가? 농노해방? 하고 묻고 아카키가 문학입니다! ….하고 순수문학.. 이렇게 답하는 게 그 맨 처음 프롤로그 부분에서 빅토르랑 미하일이 했던 말이 똑같이 역할만 바뀌어서 반복되는 부분이라 그게 참 보는 관객들한테도 울림이 있는데 미하일 입장에서도 자기가 했던 말이… 그게 변명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던 거라면, 아카키가 정확히 그렇게 똑같이 말하는 걸 들으면 작가 입장에서 대단히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겠구나 싶은 부분이 있어요 어쨌든 저도 …. 대개는 2차창작이기는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이 되었을 때 느끼는 어떤….. 희열…. 유대감이나 공명같은 게 있거든요…. 그 다음에 나오는 게 말뚝… 드디어 아카키 솔로넘버가…. 나오죠 그 노래 가사에서 처음으로 말뚝이라는 작품이 옅은 빛…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펜을 들었어라는 넘버에서 혁명이 빛으로 비유되는 거랑 한 쌍을 이루는…. 그러니까 혁명이 강한 빛… 불꽃같은 빛…. 이라면 말뚝은 옅은 빛…. 인 거…이건 뒤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무튼 이때는 미하일이 아직 말뚝을 그냥 빨리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때라서 다시 말뚝 책 뺏어가면서 잘 들어 이 도시에서는 충성 아니면 불온이다. 그 둘이 아니라면 글을 써서 무엇하겠나… 비슷한 대사를 하는데.. 이게.. 일차적으로는 순수문학이라는 아카키의 대답에 빅토르와 같은 식으로 반박을 하는 대사면서도… 그러니까 미하일 역시 이제는 체제의 인물이 되었다는.. 그런 식으로 사고하도록 맞춰졌다는 느낌을 주는 대사임과 동시에 미하일이 그 작가였다는 걸 알고 있는 관객한테는 되게 본인한테 하는 자조적인 대사로 들리는… 이중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 느낌이 강화가 되는 게 그 다음에 나오는 펜을 들었어… 근데 이거 장면 넘어가기 전에 아카키 미하일이 불온이다 하는 말에 네, 하고 대답해놓고는 미하일이 사라지니까 재빨리 상자에서 숨겨뒀던 말뚝 책들을 다시 꺼내는데 이게 너무…. 마이웨이인 것도 너무 웃기고… 트위터 어딘가에서 존잘작가님이 없애고 싶어하는 책 파묘해 가지고 있는 오타쿠라는 비유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너무… 너무… 암튼…

하 펜을 들었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넘버 중 하나인데요… 나폴레옹 전쟁에 함께 참여했던 동지들이 전부 혁명이 답이라고 믿고 혁명을 추구해가는 그 상황에서 미하일 혼자 소설을 쓰고 그래서 동지들한테까지 비난받고 너는 겁쟁이 비겁자라는 소리를 듣는데도 그런데 미하일은 그게 정말로 맞다고 생각했고 그 때의 미하일은 아직은 귀족 장교로서의 어떤… 계몽적인 신념? 같은 게 남아있어서 우리가 그들을 이끄는 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혁명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는게 진짜 하….. 정확히 넘버 가사에서 ‘하지만 내 눈에 남은 건 혁명이 담지 못할 삶의 구석 오히려 자유가 낯설었던 그 약하고 작은 이들을 위해 펜을 들었어 아주 외로운 이야길 썼어 이념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그 깊은 감정들을 적었어’ 이 구절 진짜 김녹존이 미치는….. 진짜 너무 좋아해서 그냥 그 구절을 통째로 외워버린.. 미쳤나봐 진짜….. 어떻게 내가 저렇게 좋아하는 포인트만 집어서 하……. 이거 오슷에 전캐로 넣어준 거 진짜 무한 감사 정말 와 나 진짜 이 넘버 없었으면 울었을지도 … 아무튼 그래서 이 가사에서 혁명은 빛이라 믿었어 이게 나오면서 앞에서 말뚝의 옅은 빛이랑 대조가 되는 건데… 하이씨 이게 좋은데 왜 좋은지 설명할 수가 없네 이게 그게 있어요 제가 나름대로 일단은 역사 관련 비스무리한 전공이다보니까… 역사에서 거대한 사건이 나오면 거기에 모든 게 압도당할 때가 있다는 걸 아는데…. 그러니까 개인의 삶도, 기록도, 기억도…. 약간… 부나방처럼 휩쓸리는 역사의 어떤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생기는 거죠.. 그런 부분들을 아니까 저 부분이 너무…. 너무….. 좋아…. 근데 저 부분만 좋은 게 아니라.. 저 넘버에서 이제 무대 왼쪽에서는 아직 외투를 입지 않은, 조끼만 입고 있는 10년 전의 미하일이 말뚝 9월호, 10월호, 11월 호를 연속적으로 집필하고, 무대 오른쪽에서는 아카키가 말뚝 9월호, 10월호, 11월 호의 내용을 낭독하는데 이게 현재의 아카키같기도 하고… 말뚝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정서원이 되기까지 말뚝으로 위로받았던 아카키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9월호는 희망차고 밝게 시작했다가 10월호, 11월호로 갈수록 점점 내용이 어두워지다가 미하일이 12월호를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 (데카브리스트의 난을 비유하는) 총소리와 붉은 피 모양의 조명이 무대 바닥과 벽을 완전히 채우는 그 순간에… 사실은 그러니까 미하일마저도 그 순간만큼은 거대한 사건에 압도가 되어서… 자기 동료들이 다 죽고 그런데 자기는 이런 안전한 곳에서 알량한 단어와 문장들로 글이나 쓰고 있고 이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혁명은 실패로 끝났고… 아무것도 바뀐 게 없고 결국 자기는 12월호를 완성하지도 못한 채 그 책을 태우고 이런 체제에 순응해서 살게 되었고 그 날의 비명을 환청처럼 계속 듣고 있고… 너무 고통스럽게.. 두렵게.. 그래서 다시 외투를 입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눈빛을 하면서 ‘펜을 들었지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한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그런 이야기를 적었어’ 하고 부르는 대충 이런 가사로 끝나는데… 이럴 수가….. 아니 이게 이런… 일련의… 연출이 진짜…… 와… 진짜 너무 취향이라…. 하……. 그리고 나서 이제 검열보고서에 말뚝 9월호 특이사항 없음 하지만 시기상의 이유로(차르 10주년을 앞두고 차르께서 좀 예민하신 고로) 출간 및 유통 금지 조치함 이렇게 쓰고 끝나는데…. 출간 및 유통 금지 조치한다고 쓸 때 약간 그 쓸쓸하게 떨어지는 그 목소리…. 하…….

미하일은 그걸로 말뚝이 세상에 드러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사실 우리의 아카키는 농노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있었고 말뚝도 필사본으로 퍼트리고 있었고 말뚝 10월호도 읽어줬고 심지어 말뚝이 페테르부르크 도시 공사하다가 죽은 농노의 아들 이야기라서 도시를 건설하며 죽어간 농노들을 추모하자는 이야기도 하고.. 이 불꽃혁명 아카키…. 정말…. 아무튼 아 근데 진짜 신주협은 어디서 한번 혁명해본 심지굳은 아카키같고 김찬종은 혁명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약간 지금 딱 그 열정에 타올라서 혁명하려는 아카키같아서 진짜 재밌었는데…. 아무튼 그 말뚝을 읊어줄 때… 관객들을 향해 서서 읽어주거든요 그러니까 관객이 그 독서모임에 참여한 농노인 거지…… 그거 재밌었어요 신주협이랑 홍성원은 등불을 들고 나와서 읽어주고(그러니까 야간모임…인 거죠…?) 김찬종같은 경우에는 등불 안 들고 그냥 서서 읽는데 이쪽은 또 말뚝을 손에 들고 있긴 한데 거의 장식이고 마치 너무 좋아해서 많이 읽어봐서 외워서 읽어주는 것처럼 그렇게 낭송을 하니까 그 둘의 차이도 또 좋고.. 그리고 신주협이 읽어줄 때는 조금 더 단단한 얼굴인데 김찬종은 거기에 참여한 농노들에게 마음을 쓰는? 그런 좀… 따뜻한 얼굴로 읽어주고 …. 암튼 그러다가…. 그래서 결국엔 사건이 터지고야 맙니다. 내가 또 사랑하는 새벽의 흔적 넘버…. 그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게오르그라는 농노가 있는데(이 농노는 그냥 배우들의 대사와 넘버 속에서만 존재하고 실제로 누군가가 출연하지는 않음) 아카키가 10월호 읽어줄 때 아드미랄티 해군본부 아래에서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합시다, 하고 끝내거든요. 그런데 그 해군본부의 황금빛 첨탑 아래에서 게오르그가 분신을 하고, 그 게오르그의 외투 주머니에서 말뚝 10월호가 내 아버지에게 이 외투를 입혀달라는 말과 함께 그 아래에 적힌 아드미랄티 2650 이라는 구절이 나와요. 이건 딴 이야기지만 재관람 혜택으로 3번 보면 30% 할인, 5번 보면 40%할인, 7번 보면 실황오슷을 증정을 해줬는데 그 할인권과 증정권이 앞면에는 각각 말뚝 10월호, 11월호, 12월호로 되어있어서, 할인권을 사용하면 사용했다는 의미로 그 10월호 내용 밑에 아드미랄티 2650 도장을 찍어줍니다. 그것도 너무 과몰입되고 좋았어…. 그 사건이 터지면서 이제 약간 미하일한테도 비상이 걸리는… 음…. 같은 무대긴 하지만 벽 없이 그냥 그 각각의 서 있는 자리가 다른 공간이라고 연출이 되어서 알렉세이는 분신 현장에서 조사를 하고, 미하일은 3부 실내에서 보고서로 그 사건을 알게 되고, 아카키는 그 현장에 달려가서 이제 분신한 사체를 목격하게 되고 그런 상황인데… 알렉세이는 말뚝 내용과 그게 농노들에게 닿은 의미를 잘 모르니까 아드미랄티 옆에 있는 2650이 희생된 사람의 숫자라는 생각을 못 해서 이륙오공이라고 읽거든요 무슨 좌표나 암호처럼… 그리고 미하일도 미하일대로… 말뚝이 또 나왔는데, 심지어 차르체제에 대한 반항의 뜻으로 분신을 한 사람 주머니에서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나오고… 그러니까 엄청 초조해지고 신경질적이 되고 아카키는 아카키대로 자기가 알던 사람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는데 충격을 먹고… 그 뒤로 바로 눈속에 박힌 넘버로 이어지네요 그러니까 게오르그가 아카키의 책방을 몇 번 방문했는데 처음엔 그냥 탁한 눈.. 그러니까 죽은 눈으로 살던 농노였다가 막 책을 권하고 읽어주고 이러니까 화를 냈다가 그 다음엔 자기도 글자를 배웠다고 아카키한테 자랑했다가… 그러니까 아카키한테도 게오르그는 나름 친분 교류가 있는 상대였고… 자기가 힘들 때 말뚝을 보고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자기도 게오르그에게 말뚝을 읽어줬는데 그게 상대가 이제까지 농노로 살면서 체념하고 살았던 어떤 분노에 대한 불꽃을 당겨버렸고 그게 분신으로 이어져서 아카키는 그런 죽음을 바랐던 게 아니라 너무 충격을 받는데 동시에 저 죽음이 허망하게 잊혀지지 않으려면 내가 당신의 의지를 이어받아서 (이 혁명을 계속해야겠다는) 각오로 이어지는… 아름답지 않나요 정말… 이 넘버에서도 눈속에 박힌 그 불씨가 불길로 번질 수 있게 이런 구절이 있는데 나중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목소리 넘버 가면 거기도 가사에 작은 불씨가 외투에서 외투로 번져 불길이 되고 검은 연기 피어오른다 막 이런 가사로 이어져서 하… 진짜 …. 미쳤나(P) 넘버 음정만 빼면 진짜 김녹존 취향 정말 저격하려고 만들어진 극인가 이게…

그리고 그 다음이 이 글의 시작… 미하일이 다시 아카키 책방 찾아갔다가 말뚝 필사본을 퍼트리는 게 아카키라는 걸 알게 되면서 부르는 넘버인데, 여기서 미하일이 아카키가 아드미랄티 2650을 멋대로 적어넣었다고 화내는데 미하일은 알렉세이와는 달리 이천육백오십이라고 정확하게 말을 하죠 그러니까 그 사람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던 거지…. 작가니까.. 그리고 한때 혁명 쪽에 서 봤던 사람이니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을 바라볼 줄 아니까… 아 진짜…. 인간 말뚝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 추모.. 회상.. 또 제가 이런 걸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또 딱딱 이런 구절들을… 사라지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지워진 존재들을 기억해준 건 이 글이 처음이었어 이런 구절들을 또 이렇게…. 하 아름답다 진짜… 그런데 미하일은 말뚝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노래로) 외치고.. 왜냐면 그 책을 읽고 누군가가 분신을 했으니까 그러니까 미하일은 누군가가 혁명 같은 거대한 이념… 그런 사건에 휘말려서 그냥 목숨이 스러지는 게 너무 무서운 거고 자기 책이 그 트리거가 되었다는 게 견딜 수가 없는 거고… 자기 과거도 사라져버렸으면 좋겠고….. 그런데 아카키는 거기다 대고 책을 태우고 없앤다고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고 진짜 양사이드에서 각각 자기 주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대환장 듀엣… 한 넘버 1/3 정도부터..? 미하일 맡은 배우가 다시 비명의 환청을 듣는 그 연기를 하면서 중간에 비명…. 그 구절 나오는 순간 폭주해서 사라지지 않는 비명소리 하면서 자기가 썼던 11월호 구절을 줄줄줄 읊는데… 이게 아카키가 미하일이 말뚝 작가라는 걸 알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거든요 근데 정휘 미하일은 차갑고 단호하게 거의 내려꽂듯이 밀어붙이면서 11월호를 줄줄 읊는다면…. 그러니까 그래 작가 나고 나는 사람들이 죽는 걸 봤고 그 비명을 여전히 듣고 있고 니가 하는 것 역시 결국 농노들을 다 죽일 거고 그러니까 그만 해 이런 어떤 …. 냉정한 폭주의 느낌이 든다면 손유동 미하일은 아무리 봐도 PTSD ON 상태로 자기가 못 견뎌서 줄줄줄 쏟아내고야 마는… 그래서 극 중후반부부터는 총으로 아카키를 겨누고 있기는 한데 그 총이 덜덜 떨리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관객석까지 들리는… 그 뒤로도 미하일은 계속 말뚝을 부정하려고 하고 아카키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말뚝 작가지 하는 느낌 팍팍 내고 결국엔 미하일이 내가 이번만 넘어가 줄 테니 다 치우고 그만둬 약간 이런 느낌으로 도망치듯이 사라지고 그 뒤로 손유동 미하일같은 경우는 자기혐오 빡 와서 막 돌아오는 중간에 구토하고(연기입니다) 난리가 나는데… 그러니까 손유동 미하일같은 경우엔 진짜 10년을 체제에 순응하면서, 순응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의 양심따라 조금 눈감아주거나 덮어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유부단한 자신이 싫고 용서할 수도 없고 이런… 한편으로는 자기혐오로 살았구나 그게 이 넘버에서 너무… 잘 느껴짐… 그래서 제가 미하일 배우를 거의 고정으로 봤던 거고요… 정욱진 배우는 아예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 정휘 배우는 이런 부분이 조금 더 … 그 일 이후로 그냥 마음의 문을 꽉 닫은 것처럼 아주 냉랭하게 굳어버린 이런 이미지 쪽으로 더 표현을 하더라고요. 표현 차겠지만 제 취향은 손유동쪽이었습니다. 아마… 보다 정석에 가까운 건 정휘 쪽이지 않을까 싶은데 정석을 따라갈 거면 광염 소나타 때 김지철 제이 노선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어….. 그렇다고 손유동 배우가 대본을 벗어났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요…. 대사 넘버 가사 동선 이런 건 다 크게 차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게 염치 이 염치에서도 미하일이 후회가 뚝뚝 떨어지는데.. 아카키가 하는 것들이 사실은 미하일이 10년 전에 하고싶었던 것들이라 이게 자기가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후회.. 그리고 아카키같은 사람들이 나 대신 걸어가고 있으면서 그들이 겪을 어떤… 죽음이나 어려움에 대한 부채감… 제가 미하일에게 이입하는 부분이 특히 여기인데 (넘버는 제 취향이 정말 아니지만) 이게…..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어쨌든 여러 일이 있었고…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저도 약간 망연한 부채감 같은 걸 항상 느끼고 있기는 하거든요 진짜 알량한 부채감이긴 하지만 _(._._ 암튼 그래서 미하일이 말뚝 10월 검열 보고서도 특이사항 없음으로 수사 종결해버리는… 걸로 끝나는데…

아니 여기까지 썼는데 아직 넘버 반밖에 안 왔어…… 여기까지가 약간… 주로 전반적인 설정 세팅.. 겸… 새로운 혁명가 아카키와 변절자 미하일의 대립과 흔들림?이 주가 되는 부분이라면 이 이후부터는 이제 미하일이 다시 아카키에게 크게 흔들리면서 이번에는 거의 체제를 상징하는? 체제에 충성하는? 순응하는? 그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쪽인 알렉세이와 대립하는 후반부로 접어들게 되는 겁니다… 이거는 다음번에 해야겠다 저 내일 출근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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