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슨열쇠님과의 연성교환으로 썼습니다. 녹슨열매님의 연성은 https://posty.pe/5tqezj 이쪽
- 사망소재가 있습니다. 사망소재가 있는 김에 캐붕을 감수하고 암울한 취향을 넣고 싶은 만큼 끼얹어봤습니다.
- 작중 인물이 사용하는 영어는 이탤릭체로 표시했습니다.
생존은 어째서 그렇게도 힘겨운가.
Side A. 차유진의 노래
열 아홉살의 유진 이그나시오 차가 가이드 판정을 받았을 때 그의 가족들은 우선 그가 이능력자가 아님에 감사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정부의 에이전시가 그의 집까지 직접 찾아와 한국이라는 저 멀고 위험한 나라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했을 때 집안 분위기는 뒤집어졌다.
"왜 하필이면 한국이에요? 거기는 준- 전시- 국가라고요!"
차유진은 계단에 걸터앉아 그의 어머니가 에이전시에게 항의하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피가 그 나라로부터 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외에는 별로 아는 게 없는 나라였다. 아니다. 하나는 알았다. 뉴스에서 종종 떠들곤 하는 이야기 덕분이었다. 한국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고 크리쳐가 등장하는 빈도가 잦아 비슷한 조건의 다른 나라에 비해 피해가 컸다. 징병제의 경험을 살려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력이 마비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 다른 나라로부터는 준 전시국가, 즉 여행금지구역으로 치부되는 나라였다.
그곳에 자신이 가야 한단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능력자가 있기 때문에.
유감입니다. 차유진이 있는 자리에서 정부에서 온 에이전시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크리쳐의 출현이라는 인류의 초국가적 재앙사태를 맞아 이능력자와 가이드의 파견 문제는 국가 간의 전략과 이득보다는 보편적인 인권과 생존권의 문제로서 다루어졌다. 이능력자의 자유와 권리는 인류의 생존에 우선할 수 없다. 가이드의 자유와 권리는 이능력자의 생존에 우선할 수 없다. 코드 옐로우.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가이딩이 시급한, 그리고 그와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파장이 맞는 이능력자가 한국에 있었다. 그러니 가야 했다. 깔끔한 결론이었다.
"미국에는 당장 가이딩이 급박한 이능력자가 없습니다. 한국의 '그' 이상으로 유진과 파장이 맞는 이능력자도요. 그 경우 국제공조 요청을 무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에이전시가 꺼낸 파장 그래프는 학교에서 과학 실험 시간에 했던 크로마토그래피와 닮아있었지만 그는 그 그래프에 담긴 뜻을 읽어낼 수 없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에이전시가 떠난 후 그에게는 한국에 가야 할 의무와 한국어를 익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그쪽이 영어를 배우는 게 더 낫지 않냐는 그의 질문에 에이전시는 묘한 얼굴로 웃었다.
차유진은 몇 달 후 한국어 교재를 옆에 낀 채 한국에 도착했다. 뺨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추운 겨울이었다.
코드 옐로우.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이딩 부족상태. 이능력자는 능력을 사용할 경우 반동에 시달리며, 그 증상은 가이드와의 접촉에 의해 이루어지는 가이딩을 통해서만 완화될 수 있다. 이능력자들의 반동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나 공통적으로는 두통, 이명, 불면증이 관찰된다. 그 이외의 증상은 대체로 이능력자 개인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능력이 강할수록 반동 역시 강하며, 당장 처치를 요하는 코드 레드 상태 이상으로 가이딩을 받지 못하면 이능력자들은 폭주한다. 코드 블랙. 막대한 인명피해와 이능력자의 사망을 전제로 하는 그 폭주현상을 관계자들은 그렇게 칭했다.
그러니까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라는 거지. 차유진은 제 눈 앞의 이능력자, 그의 파트너를 훑어보았다. 딱 봐도 얼굴에 피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멍한 표정이며 짙은 다크서클이 퀭했다. 오랫동안 제대로 자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자세는 꼿꼿했지만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가 초점을 잃고 나붓이 접히다 간헐적으로 지나치게 또렷해지는 시선은 섬뜩하리만치 숨을 삼키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생년이 같으면 같은 나이로 취급한다고 했던가.'
한국 나이로 스무 살. 생일은 늦어도 그와 생년이 같은, 말하자면 동갑. 의아한 일이었다. 듣기로는 발현한 지 약 3년. 한국이 아무리 준 전시국가라고 해도 아직 미성년자를 내보내야 할 정도로 국가 체계가 엉망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능력을 쓸 일 역시 별로 없었을 텐데. 그렇지만 그는 일단 질문을 삼켰다.
"안녕하세요. 차유진입니다!"
자고로 그 어떤 언어든 회화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인사인 법이다. 통째로 외워버린 첫 인사만은 완벽한 채로, 그는 그의 파트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쨌든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잘 지내는 게 나았다. 상대는 한참을 답이 없었다. 무언가 말할 것처럼 입을 벌렸다 그대로 다문다. 조심스럽게 뻗어진 손이 그의 손 끝에 겨우 닿았다. 순간적으로 상대가 비틀거리는 걸 닿은 손을 그대로 낚아채듯 끌어당겨 지탱하면 손톱이 파고들도록 그의 손등을 꾹 쥐는 악력과 함께 무형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쑥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첫 가이딩이었다.
"괜찮아요?"
반사적으로 영어로 튀어나간 말에도 여전히 상대는 대답이 없다. 놀란듯 숨을 들이키더니 몸을 바로세우고는 대뜸 허리를 꾸벅 숙인다. 다시 한 번 더 꾸벅, 그러다가 또 비틀. 아무리 봐도 환자의 몰골에 가까웠다. 차유진은 대충 손을 내젓고는 그를 부축했다. 어쨌든 접촉면적은 넓을 수록 좋다고 하니까.
"영어 몰라요? 내 말 어려워요? 어렵지 않으면 답해줘요. 당신이 얼마나 아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누워야 할 것 같은데. 근데 나는 당신 방을 모르잖아."
"......"
제대로 된 접촉도 아닌데 무섭도록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그는 혀를 내둘렀다. 코드 옐로우라는 명칭이 가진 무게가 그제야 실감이 났다. 상대의 눈이 느릿하게 깜박였다. 뭐라도 말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가. 벙어리라고 들은 적은 없는데. 차유진이 딴 생각을 하다 못해 일단 어디 빈 곳이라도 눕혀놓으려는 생각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길 때쯤에야 그는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영어 조금 알아요."
다 쉬고, 긁히고, 잠긴 목소리였다. 하도 긁혀서 숨소리처럼 귀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소리. 차유진에게 반쯤 끌려가던 상대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팔을 물린다. 상대의 거부에 그가 순순히 물러나면 아까보다는 좀 더 나아진 안색이 눈에 들어왔다. 좀 더 또렷해진 시선이 그에게로 곧장 향한다. 상대는 제 손을 몇 번 쥐었다 펴더니 차유진이 했던 것과 똑같이 악수하는 모양새로 내밀었다. 차고 건조한 손이었다.
"...김래빈입니다."
센터는 처음에 차유진에게 그의 파트너, 김래빈에 대한 정보를 서류 형식으로 알려주려 했다. 그걸 거절한 건 차유진이다. 어떻게 사람을 종이와 글자로 알아갈 수 있겠냐며 만나서 직접 친해지겠노라 자신 있게 이야기했는데 대략 일주일 만에 그는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김래빈이 도통 입을 열지 않는 탓이다. 그에게서 별다른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가 싫어서 무시하는 건 아닌 거다.
'아니 그렇다면 왜 말을 안 하는데?'
그렇다고 지금 와서 했던 말을 물리기는 자존심이 상한 상태. 차유진은 주변인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센터에 김래빈이 온지 근 3년. 그에 대해 말해줄 사람은 차고 넘쳤다. 의사소통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만(차유진은 그제야 에이전시가 묘하게 웃었는지를 깨달았다!) 사람의 뜻은 어떻게든 통하는 법이었다. 덕분에 파트너와는 기껏해야 몇 마디 해 본 게 다면서도 그의 한국어 듣기 실력은 그새 비약적으로 늘었다.
"능력 때문이겠지."
"능력? 김래빈 능력 잘 몰라요!"
차유진의 그 말에 연구원이 애매한 얼굴을 했다. 직접 보는 게 낫겠다며 연구원이 그를 데려간 데이터 분석실에서 그는 한 영상을 보았다. 약 2년전 찍힌 영상이었다. 실험실 같은 곳에 지금보다 앳된 얼굴이 확연히 눈에 띄는 김래빈이 있었다. 그는 불안하고 겁에 질린 것 같았다. 김래빈에게 초점이 맞춰진 카메라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래도 적어도 그는 김래빈의 어깨가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는 걸 보았다. 그 직후, 영상 속 김래빈이 펄쩍 뛰며 비명 섞인 고함을 내지르는 순간.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방탄유리에 가까운 두께를 가진, 실험실의 모든 유리창이 박살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후 카메라 역시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꺼졌다.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잡혔던 김래빈은 떨고 있었다. 옆에서 그 영상을 함께 보던 연구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부가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차유진은 그 말을 드문드문 알아들었다. 소리로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능력.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혹은 크리쳐든. 벤시, 세이렌, 모르페우스. 주변에서 김래빈의 능력을 뭐라 부르든 요지는 그거였다. 김래빈의 능력은 그가 직접 내는 목소리를 통해 발휘된다.
"김래빈 말해도 괜찮아요! 지금은 말할 때마다 저렇게 주변이 파괴되는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요."
"그렇게 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어."
그동안 그는 줄곧 방음시설이 튼튼하게 갖춰진 방호시설에 스스로 격리되어있었다고 한다. 반복되는 제어 실험과 연습으로 목이 다 망가지고, 끝내는 원하는 소리에만 힘을 싣게 되기까지. 소리를 내면 크고 작은 피해를 입히기에 놀라고 당황하고 겁먹어도 소리만은 내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력했던 열 일곱, 열 여덟, 그리고 열 아홉의 김래빈.
"그래서 현장에 나갈 일 없던 미성년자가 코드 옐로우가 될 때까지 힘을 쓴 거에요?"
"어쩔 수 없어. 모든 이능력자들은 자신의 힘을 제어하게 될 때까지 그 과정을 거쳐. 래빈이는... 다른 이능력자보다도 좀 더 운이 나빴지. 첫 번째로 제어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방식의 능력을 가졌고, 두 번째로 맞는 가이드를 만나지 못했으니까."
인류는 여전히 이능력자의 힘과 가이드와의 상호작용 원리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한국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도 이능력자에 대한 연구가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이능력자의 파장을 측정하고, 기록하고, 그걸 다시 각 국가에 보내 가이드의 파장과 맞춰보는 데에는 한참이 걸렸다. 불합치, 불합치, 불합치, 가이드의 사망, 다시 불합치. 연구원은 말을 아꼈지만 그는 그런 반복되는 기대와 절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김래빈은 그를 만나기 전까지 아주 천천히 가능성을 포기해왔던 거다. 그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렇게 미식축구를 놓았던 것처럼.
다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면 왜 능력을 제어하게 된 지금도 입을 열지 않는 건데요?"
연구원은 그 질문에는 답해주지 못했다.
시간이 흘렀다.
차유진이 김래빈보다는 센터의 연구원과 다른 이능력자들, 가이드들과 더 친해지는 사이 센터는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김래빈이 임무를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그와 붙어지내라는 권고를 들었다. 말이 권고지 지시에 가깝다는 걸 센터도 차유진도 알았다. 그 필요성은 납득했지만 이제까지 대체로 제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왔던 사람으로서 차유진은 센터의 권유의 탈을 쓴 지시가 썩 내키진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그의 짐은 김래빈의 방으로 옮겨졌다. 합숙 훈련을 제외하고는 타인과 방을 써 본 적 없던 그는 졸지에 룸메이트를 갖게 되었다. 김래빈이 지극히 조용하리라는 건 확실했지만 그게 그에겐 별로 장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어쨌든 제 생활을 간섭받아, 차유진은 투덜거렸다.
"이건 폭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김래빈, 말해. 너는 불편하지도 않아?"
"......"
기다란 종이에 펀치로 규칙적인 구멍을 내던 김래빈이 고개를 들어올려 그를 응시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눈을 내리깔던 그는 종이를 자르더니 오르골에 넣고 태엽을 감기 시작했다. 작곡은 김래빈의 취미였다. 간혹은 노래처럼 보이는 악보가 방바닥에 굴러다녔다. 차유진은 종종 악보를 집어들고 제멋대로 노래를 부르다가 김래빈에게 타박을 들었다.
'내 노래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면~ 나 네게 갈게~'
'거기는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야.'
김래빈은 차유진이 아무리 졸라도 그 노래를 불러주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임무 때에만 노래를 불렀다. 그랬다. 김래빈은 제 능력을 노래에 담았다. 자장가였다. 차유진은 센터에서 김래빈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종종 지켜보곤 했다. 지직거리며 끊기는 영상에서 드문드문 등장하는 김래빈은 다 상해버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살해당하는 크리쳐들 사이에 홀로 서 있었다.
'능력은 조절할 수 있어. 그렇지만 부르고 싶지 않아.'
그는 딱 잘라 말했지만 노래를 잃은 그의 방에는 노래하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차유진이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김래빈은 뚫린 구멍의 배열에 맞춰 건반을 울리는 오르골 소리를 한참을 귀기울여 듣는가 싶더니 그제야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센터에서 하라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어."
Ohhhh. 센터와 규칙을 사랑하는 김래빈. 그가 김래빈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있다면 규칙을 지키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양 팔을 벌린 차유진이 소파로 쓰러진다. 바닥에 앉은 김래빈의 어깨에 팔을 얹고 그 위에 머리를 올리면, 무거워, 하는 나지막한 탄식이 돌아온다. 이마저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차유진은 이 짧은 대답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우리는 파트너가 아니었냐는 토로부터 나는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너스레까지.
"너는 몰라. 차유진."
그럼에도 김래빈은 여전히 멀고 그와 김래빈 사이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그는 울컥했다.
"모르면 가르쳐줘!"
이능력자는 가이드를 필요로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유진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에까지 오게 된 건 김래빈의 생존이 그에게 달려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김래빈은 마치 그가 필요 없는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지금도 그에게서 가이딩 에너지를 쭉쭉 가져가는 주제에. 여전히 능력을 조금만 써도 두통과 이명으로 얼굴이 하얘지는 주제에.
내가 네 유일한 파트너일텐데도.
"알고 싶어?"
김래빈이 속삭였다. 곧 흩날릴 것처럼 작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래빈과 함께 도착한 곳은 센터 한 켠에 있는 추모공간이었다. 센터를 세운 사람들로부터 시작해 그동안 센터에서 사망한 이능력자들의 이름까지 거대한 벽의 꼭대기부터 명패가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조용한 공간에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울렸다.
"한국의 센터는 처음엔 국가에 의해 설립되지 않았어."
차유진도 들은 내용이었다. 크리쳐의 첫 출현으로 혼란스러운 시기, 한국에서 국가 대신 센터를 세우고 이능력자와 가이드를 끌어모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의 사후에 센터는 국가에 인계되었지만 그가 세운 체계는 여전히 센터의 중심축이었다. 김래빈은 명패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이 이어진다. 다 쉬어빠진, 작은 목소리였지만 워낙 조용한 공간이라 듣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때 만들어진 모든 규칙은, 누군가의 피로 쓰인 것들이래."
김래빈은 어른에게 깍듯하다. 차유진은 알았다. 센터 내 김래빈의 인간관계는 주로 제 또래보다는 좀 더 연배가 있는 사람들과 맞닿아있다. 센터가 세워졌을 때부터의 역사를 알 법한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분명했다. 그는 귀를 기울였다.
김영배. 이능력자. 크리쳐와의 조우 후 발현되었으나 본인이 이능력자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탈주. 약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후 자살. 그 이후부터 센터는 발현된 이능력자들을 데려와 능력의 제어를 훈련시켰다. 한지은. 센터 소속 가이드. 미등록 이능력자에 의해 납치 후 살해당함. 해당 가이드와 매칭되었던 이능력자의 폭주가 이어지며 센터 건물 반파. 다수의 사상자 발생. 센터는 가이드가 혼자 외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오기수. 이능력자. 임무 중 코드 블랙 발동. 함께 파견되었던 다수의 이능력자 사상. 이능력자들의 주기적인 가이딩 수치 체크 의무화. 공간이동을 통한 긴급 가이딩 체계 마련.
살해. 자살. 타살을 빙자한 자살. 폭주. 또 폭주. 자살. 폭주. 실종. 임무 중 사망.
수많은 죽음의 기록과 거기에 엮인 규칙들이 줄줄줄 흘러나온다. 이능력자의 평균 수명은 아직도 만 40세를 넘지 못하고, 자살률은 그 어느 집단보다도 높다. 차유진은 언젠가 센터의 상담사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능력자는 크리쳐와의 조우를 통해 각성한다. 그 과정에서 이능력자의 주변인이 사망하는 경우는 전체 건수의 80%가 넘는다. 흔한 일이라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 조용한 죽음. 이능력자는 시작부터 커다란 상실을 경험한다. 그 중 일부는 각성 직후 제어하지 못한 이능력자 그 자신의 힘에 의해 벌어진 비극이다. 김래빈 역시 각성과정에서 가족을 모두 잃었다. 상담사는 단언했다. 크든 작든 이능력자는 모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본래는 발설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너는 가이드니까 알고 있는 게 좋겠지. 그는 내 담당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악의 경우는 아니었어. 래빈이 가족들은 적어도 크리쳐의 습격으로 사망했거든.'
그렇지만 걔도 알겠지. 머리가 안 돌아가는 애는 아니니까. 설령 가족들이 크리쳐의 습격에서 살아남았더라도 곧 그의 능력에 의해 죽었을 거라고. 무사를 확인하는 단 한 마디면 제 눈 앞에서 죽어버렸을 거라고.
'그래서 센터 안의 이능력자들은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고 가족이야. 그마저도 몇 년 안 되서 태반은 사망하지.'
크리쳐들에 의해 가족이 죽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삶. 점점 자신을 죽여가는 능력을 폭탄처럼 안고 있는 삶. 김래빈도 다른 이능력자들처럼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하거나 증오할 가능성이 있다. 상담사는 그가 입을 열지 않는 이유를 그렇게 추측했다. 어쩌면, 반 정도는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번거로워도, 규칙을 지키는 게 제일 안전해. 차유진 너는 갑갑할 수 있겠지만..."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사실은 다 눈치챘다. 김래빈의 말 저변에 깔린 건 걱정이다. 김래빈은 차유진의 안전을 걱정하고 그래서 그의 힘, 그 스스로에게서도 격리해버리려 한다. 그런데 싫었다. 필요 없는 배려였다.
"김래빈."
차유진은 그의 말을 뚝 끊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너는 내가 네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나만 안전하면 다야? 저번에 네가 죽으면 나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왜 했어? 왜 살려달라고 하지 않아? 노래 좋아하잖아. 부르고 싶지 않아?
스무살이 된 김래빈은 이제 임무에 차출될 수 있었고, 첫 임무를 마친 김래빈은 호흡 곤란으로 쓰러졌다. 코드 레드. 반동이었다. 차유진은 그 날 김래빈과 처음 입을 맞췄다. 그 행위에 수줍어하거나 어색해할 여유같은 건 없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김래빈을 붙잡고 차유진은 그가 죽을까 두려워 반쯤 울면서 매달렸다. 그도 고작 스무살이었다. 자신밖에 구할 수 없는 상대의 고통이 눈 앞에서 낱낱이 전시됐다. 끔찍했다. 버거웠다.
김래빈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단 속내를 말한 건 그러니 반쯤은 투정이었다. 김래빈은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능력자가 죽으면 파견으로 온 가이드는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대답이나 내놓았다. 정말로 모든 가능성을 고심해본 진지함이라 더 최악이었다.
김래빈의 손이 아직 명패가 걸리지 않은 빈 공간에 닿아있었다. 차유진에게 그 길고 긴 설명을 하는 동안 김래빈은 그곳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언젠가 그곳에 걸릴 그의 이름을 상상하는 것처럼. 그래서 차유진은 하고 싶던 모든 말을 던져버리고 딱 하나만 물었다.
"너는 죽고 싶어?"
김래빈은 한참 답이 없다가 그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리고서야 겨우 말했다.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을 살리기로 다짐했어. 그러려면 할 수 있는 데까진 버텨야겠지."
차유진은 다시 묻고 싶었다. 살리려는 그 '사람들' 속에 너는 있어? 대신 그는 우악스럽게 김래빈의 손을 끌어다 잡았다. 계절이 한참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그 손은 차고 건조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손 같지 않았다. 그는 힘주어 그 손을 주물렀다. 그래야 그의 손에서 옮겨붙은 것처럼 아주 약한 온기가 돌았다.
"그래도 김래빈 살아. 왜냐하면 내가 너를 살리고 싶으니까. 네 생존이 나한테 달려있다면 그 정도는 내가 정해도 되잖아. 그렇지? 김래빈 들었어? 들었으면 대답 좀 해 줘!"
속에서 북받쳐오르는 말을 투명한 벽을 두드리는 기분으로 마구 쏟아냈다. 침착하게 시작한 말이 결국엔 고함으로 끝났다. 조용한 공간에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말하면서 차유진은 저 역시 김래빈에게 제 속내를 완전히 까발리는 게 처음임을 깨달았다. 죽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는 김래빈을 살리고 싶었다. 파트너라서, 그가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이능력자라서, 아니면 그냥 그의 앞에서 죽는 걸 보지 못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그냥, 그가 김래빈이라서.
긴 침묵이 흘렀다. 허탈했다. 차유진은 한숨을 쉬고는 여전히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놓으려 했다. 이렇게 해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김래빈이 다시 그의 손을 붙들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김래빈은 이상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목 멘 것 같은 목소리였다. 아니다. 모르겠다. 김래빈의 목은 상했고, 쉬었고, 언제나 목소리가 작았고, 그래서 가끔은 울지 않아도 우는 것 같았다. 그래도.
드디어 대답이 돌아왔다.
*
그러나 그 어떤 신도 구원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차유진은 신조차 아니었기에.
Side B. 김래빈의 노래
차유진이 죽었다. 스물 둘은 꽃다운 나이라던데 차유진의 인생은 스물 둘에 목 꺾인 꽃처럼 툭 부러져버렸다. 도로공사 중 일어난 폭발사고였다. 그 거리에서만 차유진을 포함해 현장 근처를 지나가던 가이드 5명, 이능력자 1명, 민간인 수십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서울에선 이제 그런 사고가 사람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크리쳐가 습격하는 도시에선 아무리 행정력이 뛰어나도 커버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예전의 명성을 잃고 천천히 낡아가는 도시는 멸망해가는 세계를 아득바득 붙들어 생존 중인 사람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종종 정비되지 않은 이전 시대의 산물로 크고 작은 재앙을 만들어냈다.
정해진 센터의 수칙을 A부터 Z까지 빠짐없이 지켜도 어김없이 죽을 사람은 죽었다. 김래빈은 그래서 외출했다 죽어 돌아온 차유진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실은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그는 차유진의 하나뿐인 파트너였지만 신원 확인에도, 장례에도, 그의 귀환에도 끼어들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차유진의 가족들은 과연 차유진을 닮아서 절차를 안내하러 온 공무원의 멱살은 잡았을지언정 그에게는 손 끝 하나 대지 않았다. 대신 다정한 축객령을 내렸다.
'유감이지만 돌아가주었으면 한다는군요.'
지친 목소리로 흘러나온 몇 마디의 낯선 문장이 통역가의 한 마디로 정리되었다. 차유진의 가족은 그들의 슬픔을 김래빈과 나누기를 거부했다. 그는 이방인이 되었다. 그 앞에선 차유진과 그가 함께 했던 시간도, 추억도, 노래도, 그가 품었던 낯선 감정도 전부 무용했다. 며칠에 걸친 절차 끝에 센터를 갑갑해했던 차유진은 가족들의 품에 들려 고향으로 돌아갔다. 넓고 푸르고 탁 트인 바다가 있는 곳. 차유진이 신나게 설명하던 광경을 되새겨 곱씹으며 김래빈은 그가 몇 글자의 명패로 남는 대신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차유진의 짐이 사라진 빈 공간에 충동적으로 산 국화를 내려놓았다. 가이드를 잃은 이능력자에겐 잠시간의 공백이 주어졌다. 그는 그 대부분의 시간을 오르골 태엽을 감아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보냈고 차유진이 보고싶어지면 그제야 일어나 센터의 사람들이 그의 문 앞에 조심스레 두고 간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차유진은 워낙 삶 같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먹는 행위로 차유진을 떠올리는 것에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떠드는 사람이 없는 방 안은 새삼 조용했고 그는 잠기듯 서서히 그의 죽음을 실감했다. 점점 시들어가는 흰 꽃을 바라보며 김래빈은 제 미래를 상상했다. 별로 어렵진 않았다.
그에게는 이제 느린 폭주와 빠른 자살이라는 선택지만이 남았다.
그의 처우를 두고 센터에서는 공방이 오갔다. 새로운 가이드의 등장 가능성과 그의 폭주가능성을 계산한 복잡한 수치들 사이에서 그의 운명은 삶과 죽음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그의 조부모와 누나, 센터의 수많은 사람들, 차유진의 죽음을 거치며 그는 죽기에 충분한 나이가 없음을 깨달았는데도,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가 죽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 했다. 그 중 어느 곳에도 김래빈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명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의 힘 한 번엔 여전히 비할 수 없이 수없는 사람 목숨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탓이다.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는 회의의 결말을 기다리는 대신 김래빈은 돌아오기 어려운 임무에 자원하기로 했다. 사람을 조금이라도 살리는 것이 그가 생을 건 목표였으니 기왕에 죽을 거라면 조금이라도 남은 사람들의 위험이 줄어들기를 바랐다. 죽은 다섯 가이드의 이능력자 중 둘이 그와 함께 자원서를 작성했다. 그 승인이 떨어졌다는 말을 전해주면서 그의 얼굴을 5년간 보아온 센터의 한 연구원은 통곡하듯 그의 손을 붙들고 울었다. 김래빈은 멋적은듯 이마를 긁고는 그를 가만히 위로하듯 안아주었다. 제 예정된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 앞에서 홀가분함을 느낀다는 건 참 이상한 감각이었다.
그는 숙소를 정리했다. 대부분은 버렸다. 남길 것이 없어 좋았다. 이름 세 글자면 충분했다. 이제는 불러줄 사람이 없는 악보들 역시 불길 속에 사라졌다.
"-가없는 밤 꿈조차 사라지면"
그를 삼키려 했던 크리쳐들이 잘게 터져나갔다. 그는 단조로운 음률의 자장가를 읊조리며 제게 튄 크리쳐들의 체액을 훔쳐내고는, 얼굴의 반이 날아간 동료의 남은 눈 하나를 감겨주었다. 그들은 암묵적으로 김래빈을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두는 것에 동의했다. 그가 그들 사이에서 가장 어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능력이 피아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능력의 폭주를 포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들을 죽여줄 수 있는 누군가를 이능력자들은 안전고리로 남겨놓고자 했다. 그렇게, 살아갈 아주 작은 가능성도 남겨두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그는 끝내 홀로 남았다. 주변을 둘러싼 크리쳐들의 소리없는 아비규환 속에서 그의 쉰 목소리가 끝없이 울렸다.
"네 작은 영혼 평온 속에 뉘여놓고-"
죽는 걸 목표로 왔어도 누구도 포기한 것처럼 바로 죽지 않았다. 센터의 이능력자들은 대개 저울의 한 쪽에는 그들의 피가, 다른 한쪽에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올려져 있음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와 함께 자원한 동료들은 그래서 한계에 다달을 때까지 바득바득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는 홀가분하게 웃으며 축복받듯 죽었다. 덕분에 김래빈은 예상보다도 더 시간을 많이 벌었다. 공간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만, 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만 이 크리쳐들이 전부 나가지 못하도록 틈새를 틀어막고 버티면 그의 임무는 끝이었다.
"달빛 벗 삼아 은하수 걸어-"
노래를 부를 목 이외에는 보호를 포기했다. 그래서 그의 사지는 엉망이었다. 크리쳐의 독과 산성,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들로 너덜너덜해지면서도 그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이 울렸다. 눈 앞이 흐리고 어지러웠다. 부작용의 전조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저 작은 별 따 네 머리맡에."
마지막 구절과 함께 세계가 닫히는 감각이 울렸다. 틈새가 막혔다. 정말로 끝이었다. 서울은 당분간 안전했고, 그는 이 곳에 남았고, 이제 죽을 수 있었다. 그는 주저앉았다. 이제는 그래도 되었다. 자잘하게 기침이 새어나왔다. 틈새를 찾지 못한 크리쳐들이 그 공간에 유일하게 남은 피식자를 에워쌌다. 그는 목을 가다듬었다. 아, 아아. 그 짧은 음절에도 크리쳐 두엇이 터져나가, 다시 그의 주변에는 약간의 빈틈이 생겨났다.
그는 제가 만들었던 노래들을 떠올렸다. 한 번도 불러본 적 없어도 악보는 죄다 머리속에 있었다. 하나를 골랐다. 언젠가 차유진이 불렀던 노래였다.
"네가 힘들고 지칠 때, 온 세계가 널 홀로 남겨둘 때...."
딱 한 소절을 불러보고, 그는 허망하게 웃었다. 차유진을 구박할 처지가 아니었다. 목을 혹사하고 오로지 단조로운 노래만 불러왔던 제 노래실력이 차유진보다 훨씬 엉망이었다. 그래도 불렀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은 부를 수 없는 노래였다.
"내 노래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노래가 인위적으로 끊겼다. 폐가 막힌 것처럼 호흡이 북받쳤다. 노래를 잇기가 어려웠다. 서서히 목이 막혀왔다. 김래빈은 헐떡이며 죽음을 확신했다. 노래가 멈추면 저 크리쳐들이 그에게 달려들 것이고, 그럼 끝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그는 차유진을 다시 생각했다. 차유진은 센터 안에서도 곧잘 뛰었다. 실내에서는 뛰지 말라는 충고도 소용 없었다. 만약 저승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그는 그 곳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달려나갈 것 같았다. 두고 온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누구보다도 즐겁게, 죽은 뒤의 일을 기약하며.
그러니 벌써 거리가 한참은 벌어졌겠지. 너무 화는 내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아픈 것도 추운 것도 졸린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이 가물가물 감겼다. 마지막 구절은 끝내 부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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